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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습니다. 그의 다른 저서인 '이 사람을 보라'를 먼저 읽어보고 싶었는데 도서관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을 보라'를 먼저 읽으려고 했던 이유는 책의 설명들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온갖 상징과 철학적 내용으로 버무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읽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 책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제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는 많은 각주가 달려 있어서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의 신화' 보단 괜찮았습니다. 아직 그 책은 다시 펴 볼 엄두도 못 내고 서재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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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이 있다는 것은 알아도 차라투스트라가 누구인지는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차라투스트라라는 이름은 독일어 명칭인데, 영어로 부르자면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조로아스터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몰라도 조로아스터는 아는 분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자신을 차라투스트라에 투영하여 그의 철학적 사상을 책 속에서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사상 중 가장 중요한 단어를 두 개 꼽아보자면 '초인' '영원 회귀'일 겁니다. 여기서 초인이란 DC나 마블에서 보여지는 초능력자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 결말임을 알면서도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 때 한창 퍼져있었던 허무주의나 염세주의를 혐오했던 것으로 보이는 니체는 삶이 끝내 죽음이라는 부정적 결말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길 바랬습니다. 그렇게 니체 자신이 초인이 되어 창출한 새로운 가치가 바로 '영원 회귀'입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에서 보듯 죽은 이후 재판을 거쳐 새롭게 태어나 삶을 사는 것이라는 기존의 가치를 망치로 때려 부수고, 삶이란 비디오 테이프와 같아서 한 번 살고 난 후 다시 똑같이 반복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주장들로 자신의 철학을 계속해서 설파했는데 읽는 내내 개인적으로 실존주의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명명하자면 급진적인 실존주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본인이 말했듯이 인간이 아니라 다 때려부수고 다니는 다이나마이트니까요.

 
꼭 니체의 철학을 공부하는 의미로 읽지 않고 그냥 어려운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책 속에는 꽤나 흥미로운 내용들과 문장들이 많습니다. 제가 굉장히 흥미롭게 여긴 내용이 세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차라투스트라가 동굴에서 내려와 본인의 철학을 전파할 때입니다. 그는 그의 추종자들에게 철학을 전파한 후 다시 그가 혼자 있던 동굴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추종자들에게 얘기합니다.

 

이제 나를 떠나보내고 자신을 찾으라. 그리고 그대들이 나를 모두 부정했을 때 나는 그대들에게 돌아가리오.

 

 니체가 말한 초인이란 부정적 상황을 긍정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사람이므로 각자 마음 속에 있던 차라투스트라를 부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을 때 다시 돌아오겠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굉장히 마음에 드는 문구였습니다. 2의 누군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이 되야 한다는 자아 확립에 대한 얘기로 다가왔었습니다.
 
두 번째는 친구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니체는 단순히 옆에서 환심이 사기 위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자는 친구가 아니라 아첨꾼이라 여겼으며, 진정한 친구는 친구가 될 뿐 아니라 경외심을 가질 적이 될 수도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 라이벌을 최고의 친구로 여긴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일 할 때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저보다 잘하는 누군가가 옆에 있을 때 친하게 지냄과 동시에 뛰어 넘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그 사람을 넘었을 때가 있다고 느낄 때 혼자 만족하곤 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점 때문에 이 내용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삶에 대한 자세에 관한 내용입니다. 니체는 애초에 영원 회귀를 생각했기에 인생을 후회 없이 살다 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삶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울림을 줄 수 있는 문장들이 많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표적인 문장 두 개를 소개하려 합니다.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
이것이 삶이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생각보다 제 적성에 맞는가 봅니다. 평생 공돌이 체질인줄만 알았는데 스스로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남자는 서른이 넘으면 어떻게든 자기만의 개똥철학을 가지고 사는 법이니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개똥철학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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