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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이하여 연차가 많이 남았으므로 다 쓰지는 못하더라도 절반 정도는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휴가를
잘 보내기 위해서 책을 4권 샀습니다. 2권은 철학 책이고 1권은 역사서, 1권은 소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소설만 읽은 것 같아서 부족한 인문학적 지식을 채우고자 철학 책을 두 권 샀습니다. 그 중에 먼저 마키아벨리가 저술한 군주론으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시시포스 신화를 읽을 때처럼 중도에 포기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군주론은 제법 잘 읽혔습니다.
마키아벨리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예전에 했던 PC게임인 창세기전에
이름이 나와서 알고 있던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게임에 체사레 보르자라는 인물도 나오는데
실존 인물인 줄은 몰랐습니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평가로는 현대 정치학의 시조로 보는 의견부터 냉혹한
정치가나 악마의 사도로 보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제가 그의 행적을 보고 느낀 바를 표현하자면 조국이 통일되길 바랐던 애국자였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공화주의자로 보이나 공화제든 군주제든 그건 중요하지 않고 조국의 부흥을 위해 당시 이탈리아를 지배하고
있던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군주론을 저술하여 헌상하였습니다. 그리고 군주론 안에 조국을
위해 다시 중요 관직에 복직하고 싶다는 뜻을 비추었으나 로렌초는 군주론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1527년에
결국 메디치 가문이 무너지고 공화정이 세워졌으나 이번에는 메디치 가문 밑에서 일했다는 낙인이 찍혀 다시는 중요 관직에 오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게
됐습니다. 위대한 전략가이자 분석가였던 그도 결국 자신의 운명은 예견하지 못했다는 점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앞날은 예견하지 못했더라도
그가 저술한 것들을 폄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원래 장기나 바둑도 실제로 둘 때보다 옆에서 훈수할
때가 더 잘 보이는 법이니까요.
군주론은 군주정에 대한 정의를 시작으로 군대에 관한 내용, 군주의 처신에 대한 내용 및 당시 이탈리아가 처한 암울한
상황에 대한 얘기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는 군주는
민중의 사랑을 받아야 함과 동시에 민중이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대상이 될 필요도 있으며, 어느 때는 사자의 힘을 보여야 하고 어느 때는 여우의 책략을 갖춰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가 모방해야 한다고 느낀 군주들인 체사레 보르자나 프란시스코
스포르자의 경우에도 볼 수 있듯이 그 들은 적절하게 상황에 편승하여
냉혹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군주정을 확립시켰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제시한 군주란 자신의 역량을 바탕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운명과 상황에 대비하여 그에 맞춰가는 사람일 겁니다. 이렇게 냉혹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얼핏 보면 잔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정치란 달콤한 연심에만 기댈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하지도 않고 오히려 비정함과 냉혹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실을 이미 정치학이 발전하기 전에도 깨닫고 있었던 마키아벨리는
위대한 분석가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현대에 이르러 정치는 단순히 정치인들만이 하는
게 아니라 사내에서도 존재하고 다양한 관계 내에서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군주론을 통하여 다양한 처세술들을 배워 다양한 정치 상황 속에서 활용한다면 성공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거의 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책이 읽히고 있는 이유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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