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제가 어릴 때 김주혁이란 배우를 스크린에서 본 일은 단 영화 두 개 뿐이었습니다. 하나는 ‘광식이 동생 광태’이고 다른 하나는 ‘아내가 결혼했다’ 였습니다. 두 영화를 보면서 김주혁이란 배우를 생각했을 때 저에게 든 생각은 마치 원래 알고 있는 옆집 형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는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도 하지 못하고 그 여자가 결혼할 때까지 용기를 내지 못한 남자, 아내가 결혼했다 에서는 부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했을 때에도 결국에는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저는 그가 흔히 우리 곁에 있는 소시민 같은 역할을 무척 잘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매 주 일요일에 방영되는 1박 2일을 보면서 김주혁이란 배우를 다시 보게 되면서 그가 정말 제가 생각했던 소탈하고 인간적인 배우라고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는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에서도 제 집에 있는 커다란 TV 앞에서도 한결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달라 졌던 계기가 아마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 ‘아르곤’을 보면서 일 겁니다. 흔히 1박 2일에서만 보던 구탱이 형이 이렇게 멋있고 강단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 사람이 정말 연기를 잘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렸습니다. 아직 제작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아르곤 시즌2를 기다리던, 다시 스크린에서 카리스마를 발하며 좋은 모습을 기다리던, 또 다시 예능으로 돌아와 소탈하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하던, 그리고 평소에 그가 아는 많은 지인들을 남겨두고 가버렸습니다. 저는 그가 밉습니다. 아직 그에게서 보지 못한 모습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떠난 것 때문에, 또 제가 김주혁 배우가 떠난 후 보지 않는 1박 2일에 다시 돌아와서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때문에, 또 아르곤 시즌2가 보여지지 않아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영화관에 나오지 못해서, 마치 옆집 형이었던 것 같은 사람이 혼자 훌쩍 떠나버려서 밉습니다. 그리고 딱 그만큼 슬픕니다. 부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부디 그가 저 세상에서 저 세상 사람들을 위한 브라운관에서 연기하고 있길 바랍니다.
'일상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 사랑 너는 내 운명 (0) | 2017.12.25 |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