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감상

작별인사

Normal_One 2022. 10. 30. 21:07

작별인사 책 커버

  맨날 그 놈의 헬스장만 주구장창 들리다 보니 갔다오면 피곤해서 아무 것도 안하고 유투브만 멍하게 보게 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유투브에서도 보고 있는 거라곤 온통 운동 정보 뿐. 어떻게 식단을 해야 하는지, 뭘 해야 근비대가 이루어 지는 지를 탐독한 지 2년 째. 이러다가 뇌도 근육으로 가득차 버릴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오랜만에 서점에 들려 책을 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우연히 약속 때문에 들린 합정역에 가보니 영풍문고가 있어서 냉큼 들어갔더니 김영하 작가의 신작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복복서가라는 출판사에서 새로 개정판으로 나오고 있다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하와이 여행을 추억하기 위한 '여행의 이유'까지 총 3권을 사서 집으로 왔습니다. 책 읽을 생각에 신나게 스머프 스탭으로 집으로 왔건만 다 읽기까지는 두 달이나 걸렸습니다. 역시 읽어버린 습관을 다시 기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그래도 결국은 오늘 다 읽고 이렇게 감상을 남깁니다!

 이 밑으로는 소설의 내용과 더불어 제 개인적으로 느낀 해석을 적을 예정으로 책을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나,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바로 백스페이스를 누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영하 작가님의 전 작인 오직 두사람을 샀을 때 약간 훈훈한 러브 스토리인가? 싶었는데 뒷통수를 맞았던 것 처럼 작별인사도 무슨 흉흉한 작별일까 싶었는데 읽어보니 이번에는 제목 그대로의 느낌의 소설이었습니다.

 

 배경은 머나먼 미래의 통일 된 한국인데 안드로이드지만 완벽에 가깝게 인간과 같이 설계 된 철이의 얘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인간인 줄 알고 평생을 살았던 철이는 우연한 계기로 자신이 살던 거주지역을 벗어났다가 불법 안드로이드라는 판정을 받고 수용소에 끌려 가게 되면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 가게 되는 내용입니다.

 

 처음에 읽을 때는 영화 'AI'나 '아이로봇'과 마찬가지로 진짜 인간은 무엇인가? 마음을 담게 된 로봇은 인간인가? 로봇인가? 라는 주제를 다루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더 읽다 보니 그것보다는 전반적으로 이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머리가 박살나서 죽어버린 민이를 보내지 못하는 선아, 점점 미쳐가는 아버지를 위해 정신병원으로 보내는 철이, 늙어서 편안하게 잠든 선아를 묻어주는 철이. 그리고 자신의 의식을 떠나 보내는 것까지. 고요하고 담담한 이별이 서사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뭔가 울컥한게 느껴졌는데 여러 이별에 대한 감정들이 섞여 들어와서 그런거 같았습니다. 이별 후 인정하기 싫어하는 모습이나 덤덤하게 인정하고 보내는 모습, 그리고 느낀 적 없던 자신과의 이별. 그 때가 되면 철이처럼 덤덤하게 떠날 수 있을까요? 더 살아 봐야 알겠지만, 아직 자신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때가 올 때까지 그저 열심히 살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