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길고 길었던 유지보수 생활이 끝나고 서울로 다시 올라와서 프로젝트에 들어갔는데 변명일수도 있겠지만 정말 바쁘고 힘든 시기를 지나 프로젝트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야 다시 여유를 되 찾아 오랜만에 카페에 예전에 사놨던 책 한 권을 들고 가서 이틀 만에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추리 소설가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입니다. 지금 시국에는 안 맞는 책일지도 모르겠다만 그 전에 산 책이니 상관없겠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3명의 좀도둑이 우연히 대피 장소로 물색 된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오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밑으로는 소설의 내용과 더불어 제 개인적으로 느낀 해석을 적을 예정으로 책을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나,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바로 백스페이스를 누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문이 닫혀있던 나미야 잡화점에 발을 들이게 된 좀도둑들에게 난데없이 편지 한 통이 도착합니다. 편지 안에는 나미야 잡화점에 자신의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좀도둑 중 대장 노릇을 하는 야스야는 편지 따윈 무시해 버리려고 하지만 남은 두 명인 쇼타와 고헤이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별 생각 없이 그들은 답변을 작성하여 보내는데 놀랍게도 다시 답장이 도착하게 됩니다. 몇 번의 왕래 끝에 그들은 이 것이 과거에서 온 편지 임을 알게 되고 거기서부터 3인 방의 상담이 시작됩니다. 상담이 이어지고 다들 각자의 고민을 해결하고 나아가는 중에 다시 얘기가 과거로 전환됩니다. 사실 나미야 잡화점은 나미야 유지라는 할아버지가 초등학생들로부터 가볍게 질문에 대답해주는 걸로 시작 된 상담소로 점점 유명해져 진짜 상담할 내용들까지 오게 되어 제법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진 상담소가 되 버린 잡화점이었습니다. 본디 선한 성품을 가진 나미야 유지는 오는 상담들 하나 하나를 모두 진지하게 받아주며 답장해주고 있었는데, 그는 꿈을 통해 이 상담이 자신이 죽은 이 후에도 계속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얘기는 1장에서 5장까지 모두 나미야 잡화점과 환광원이라는 아동복지 시설을 중심으로 각자 얽히고 설킨 인연들이 드러나며 3명의 좀도둑들이 반성하는 내용으로 끝을 내립니다.
치밀하게 이어진 설정이나 각자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또한 가슴 잔잔한 얘기부터 먹먹한 얘기까지 감정들이 흘러 들어오는데 무언가 스스로를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항상 다가오는 인연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놔두었는데 몇 일 전에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러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가오는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온도 차를 인정하며 상대방을 배려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을 상담해주려면 그 사람을 진지하게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앞으로는 그런 시간을 가지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마음 속의 여유를 찾고 싶었는데 이 책이 지금 시기에 아주 적절했습니다. 이제 스산한 바람이 슬슬 불기 시작하니 추석이 지나면 가을이 올 것 같습니다. 모두 부디 각자 여유를 찾고 즐거운 추석과 가을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