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지인에게 추천 받아서 읽은 지는 꽤나 시간이 되었으나 이제 되어서야 이렇게 감상을 남깁니다.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쌀쌀한 겨울이었는데 지금은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그의 제자인 플라톤이 작성한 것으로 총 4부의 이야기가 기록 되어있습니다.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최후의 순간을 담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으로 시작하여 그 당시 그리스의 시대 상을 알 수 있는 향연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괴상한 인물이었습니다. 지금이라면 그래도 잘 풀려서 교수를 하거나 아니면 재단을 세워서 강연을 하고 다녔을 듯 한데 그 당시에는 그런 것이 없었으니 광장에 나가서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붙잡아 여러 가지 어려운 주제를 대상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와중에 그 당시의 웅변가들인 소피스트들을 상대로 웅변으로 논리를 깨부수고 다녔으니 소피스트들이나 권력자들이 얼마나 소크라테스를 아니꼽게 여겼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렇게 시기와 질투 그리고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소크라테스는 결국 누명을 입고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본 책은 그가 법정에 서서 사형에 당하기까지의 이야기와 그리스에 만연했던 동성애 및 사랑에 관련 된 향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동성애 관련 얘기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아서 향연은 보는 듯 마는 듯 하게 넘겼습니다. 향연 전에 담긴 소크라테스가 최후까지 가는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살려고 마음 먹는다면 무조건 살았을 소크라테스는 법정에 서서 그리스 사람들을 대상으로 훈계를 시작하며 당당한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감옥에 갇힌 후에는 도망가라고 권유하는 친구들을 논리로 격파하며 덤덤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 외에도 영혼에 관련 된 토론을 통해 소크라테스가 친구들을 설득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놀라울 정도의 고찰과 관찰을 통해 대답을 해내가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매우 놀랍습니다. 그 문답하는 과정을 보면 인류는 진화를 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자신이 죽고 난 뒤에 어떻게 될 지 모르겠으니 자기는 신경 쓰지 말고 자신들의 영혼을 돌보라고 하는 모습은 제가 전에 읽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차라투스트라가 생각 나는 장면이었습니다. 남자가 태어나면 개똥철학 하나쯤은 가져야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철학을 공부 중인데, 저는 영혼의 존재를 믿지는 않으니 소크라테스의 말을 바꿔서 제 자신을 돌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가 한 것처럼 여러 사람들과 문답을 하면 좋겠지만 그럴 정도의 대담함은 없으니 늘 자문자답하며 개똥철학을 찾아 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