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감상

반딧불이

Normal_One 2018. 6. 10. 17:50


 오랜만에 서점에 들려서 책을 두 권 샀습니다. 제 책장의 끝 모를 한계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돈을 좀 더 모아서 빨리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겠습니다. 처음에는 블록 체인 기술과 관련된 책을 사려고 했는데, 왠지 제 돈 주고 사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에는 소설만 두 권 사버리고 말았습니다. 한 권은 한강 작가의 '' 이였고, 다른 한 권은 지금 소개해드릴 '반딧불이' 입니다.
 
그냥 손가는 대로 고른 책들인데 반딧불이를 고른 이유는 영화 '버닝'의 원작인 헛간을 태우다가 수록되어 있다고 해서 골랐습니다. 영화 '버닝'은 지금 칸 영화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유명한데, 제가 영화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앞으로 볼 생각도 없기 때문에 책으로나마 체험하기 위해서 사게 되었습니다.
 
반딧불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6가지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쓰던 대로의 유형인 단편소설도 있었고 전혀 다른 유형으로 쓰인 단편소설도 있었습니다. 발라드를 매우 잘 부르는 가수가 댄스를 아주 못 부를 수는 없듯이 다른 유형으로 쓰인 단편소설들도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아래에는 짤막하게 각 단편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밑으로는 소설의 내용과 더불어 제 개인적으로 느낀 해석을 적을 예정으로 책을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나,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바로 백스페이스를 누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총 6개의 단편 중에 3개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 소설들은 사실 별로 흥미를 느끼지도 못했고 딱히 할 말도 없어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단편 3작품은 단편소설집의 책 제목인 '반딧불이' '헛간을 태우다', '춤추는 난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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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는 읽다가 보면 거의 모두 다가 ', 이거?!' 라는 반응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딧불이라는 책을 사서 볼 정도면 그 유명한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을 읽어 봤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말에서도 나오듯이 반딧불이는 상실의 시대의 모티브가 된 단편 소설로 얘기 구조가 거의 유사하며 이 소설에서 살이 덧대어 나온 소설이 상실의 시대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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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간을 태우다'는 작가가 말한 대로 오싹한 느낌이 드는 소설입니다. 열린 결말이므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나름의 반전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으며, 소설 내내 불길하고 오싹한 기운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영화 '버닝'을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으니 평생 알 수 없겠지만 다음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면 꽤나 볼 만한 영화가 나오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마지막은 작가가 잔혹 동화라고 설명한 '춤추는 난쟁이' 입니다. 본 작에 대해 설명하려면 작가가 본인의 작품에 말했듯이 잔혹 동화 이상으로 덧붙일 설명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다른 표현을 생각하려 해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역시 괜히 글로 돈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닌가 봅니다.
 
이 외에 3편이 더 수록되어 있으며, 기기묘묘한 내용도 있고 아주 단조로운 소설도 있으며 아주 이상하게 독일을 묘사한 소설이 있습니다. 제가 앞에서 말했듯이 반딧불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평소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같지 않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작게 작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소설들 속에 들어가 있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작은 부분들이 모여서 큰 줄기를 이루는 거겠죠. 저의 작은 습관들이 모여서 저를 이루듯이, 좋은 습관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