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감상

빛의 제국

Normal_One 2018. 1. 12. 16:31

 

 

 작년 연말에 4권의 유일한 소설책인 김영하 작가의 빛의 제국을 읽었습니다. 너무 철학서와 역사서만 읽다 보면 머리가 뒤죽박죽 분명하므로 쉬어가기 위해 고른 책이었습니다. 책의 장을 보니 '은수에게' 라는 짧은 헌사가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김영하 작가의 부인 분의 성함이 은수라고 합니다. 오직 사람에서도 그랬듯이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가 종종 있는 걸로 보아 김영하 작가님은 애처가인가 봅니다. 책의 차례를 보니 AM 7:00부터 시작해서 AM 7:00 끝나는 보였습니다. 유명한 미국 드라마인 바우어 주연의 24 생각 났습니다. 물론, 24랑은 전혀 연관이 없지만요. 소설은 이제는 안타깝게도 세계에서 남은 유일한 분단 국가인 우리 한국  북한에서 파견 되어 남한에서 간첩으로 살아가는 남자와 그의 부인, 그리고 그의 딸의 24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빛의 제국을 검색해보면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라는 그림들이 같이 나오는 있습니다. 주의력이 깊은 사람이라면 그림이 커버에 있는 그림이란 있을 겁니다. 낯설게 하기라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그림을 보며 소설과의 유사성을 느낄 있었습니다.
 
밑으로는 소설의 내용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느낀 해석을 적을 예정으로 책을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나,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바로 백스페이스를 누르시면 같습니다.

 


 

  소설은 제가 위에 적었듯이 AM 7:00 평범해 보이는 가정의 안에서 시작됩니다안방 침실에서 영화 배급업자를 하고 있는 기영은 두통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그와 동시에 아내 마리도 잠에서 깨고 딸인 현미도 일어나면서 각자 출근과 등교를 하며 두통을 제외하면 별다르게 느껴지지 않아 보이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평범한 영화 배급업자로 살고 있는 기영은 사실 북한에서 내려 간첩이었습니다. 마지막 명령을 받은 거의 15년이 지나 잊혀진 간첩으로 살아 그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귀환하라는 명이 떨어집니다. 기영과의 순탄하지 못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마리는 모든 책임이 자기에게 있다는 자책감으로 자기파괴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내연남인 대학생 성욱에게 집단 난교를 하자는 제의를 받습니다. 한편 머리도 좋고 성실한 학생인 현미는 갑작스레 관심을 가지게 진국에게 그의 집에서 열릴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습니다. 이제까지의 평범한 하루와 다르게 각각의 낯선 상황들에 맞닥뜨린 들은 들이 처한 상황 속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열차처럼 격렬하게 하루를 보냅니다. 기영은 하루 종일 국정원과 추격전을 벌이면서 북한으로 귀환할지 남한에 남을지를 고민합니다. 마리는 결국에 집단 난교를 벌이고 나서 성욱에게 이별을 고하고 헤어집니다. 현미는 절친한 사이인 아영을 내버려둔 진국의 생일 파티에 참가해서 그와 키스를 나눕니다. 격렬한 하루가 끝이 나고 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기영은 끝끝내 남한에 남으려고 했으나 아내 마리는 자신의 불륜 사실을 알리면서 북으로 가라고 합니다. 미라에게 설득되어 북으로 가려고 했던 기영은 국정원에 붙잡혀 결국에는 남한에 남게 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시각은 다시 AM 7:00 되어 어제와 다르지 않게 맑은 하늘인 남한 아래에서 어두운 거리와 같은 하루가 다시 시작됩니다
  
 
책을 읽고 나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오이디푸스 신화가 생각났습니다. 오이디푸스는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그렇게 처절하게 발버둥쳤으나 결국에는 운명에서 벗어날 없었습니다. 기영도 자신이 처한 간첩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처절하게 하루를 보냈으나 결국에는 벗어날 없었고 다른 가혹한 운명을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로마의 비극이 모두 파멸로 끝나듯이 기영의 끝에도 파멸만 남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욕망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지,  친밀하게 느끼던 타인에게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작품 속에서 소지라고 불리는 여자 교사는 기영이 맡긴 물건을 함부로 뜯어 보고 기영이 간첩이라는 사실을 알리자마자 그와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아내 마리는 내연남과 집단 난교를 벌이고 기영이 간첩인걸 알자마자 자신의 속의 비관들을 모두 기영의 탓으로 돌리고 북으로 혼자 가버리라고 합니다. 현미는 진국의 생일 파티에 참가하고 친한 친구인 아영이 진국의 여자친구라며 다른 학생에게 쉽게 말해버립니다하지만, 이런 잔인한 욕망들도 인간사를 이끌어 원동력이기에 맑은 하늘 아래 있는 어두운 거리와 같은 풍경과 비슷하다고 여겨집니다. 잔인한 욕망들을 일방적으로 무시할 없죠. 그저 눈을 가늘게 뜨고 잡아 먹히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