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감상

징비록

Normal_One 2017. 12. 30. 17:51


 유성룡이 임진왜란, 정유재란이라는 환난을 겪은 후에 파직 당했을 복직하지 않고 저술한 징비론을 읽었습니다. 징비론은 유교 경전인 시경에서 나온 구절인 '내가 징계해서 후환을 경계한다.'라는 문구에서 착안하여 붙은 이름으로  환난에서 겪은 일들을 저술하므로 후에 벌어질 후환들을 경계하기 위해 저술한 역사서입니다. 이걸 읽게 계기는 순전히 tvn 예능 프로그램인 알쓸신잡2에서 유시민 작가가 유희열씨에게 '징비록 읽어봤어?'라는 말에서 시작됐습니다. 물음이 인지 저한테 물어보는 같아서 번에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사서 읽어보았습니다.

 
아무래도 군주론을 읽은 후에 읽다 보니 선조는 어떤 면에서 실패한 군주가 되었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끝끝내 버텨내어 조선이라는 국가를 보존하긴 했다만 환난 이후의 국가 상황을 보면 선조는 실패한 군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번째로는 임진왜란, 정유재란 내내 재대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왕권이 심각하게 낮아졌다는 겁니다낮아진 왕권 때문에 총애하는 영의정 유성룡도 탄핵에서 막을 없었고 낮아진 왕권 때문에 전쟁 영웅인 이순신 장군을 두려워했습니다. 전란이 일어난 상황이 아니었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지는 모르나 일어나고 말았으니 어쩔 없겠죠. 번째로는 재대로 군사 체계를 갖추지도 대비도 못하다 보니 동맹군에 의지했다는 입니다. 주력군이 명나라 군이다 보니 통제할 없었고 무능한 명나라 지휘관들 이여송과 진린에게 휘둘릴 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군주론에 입각하여 얘기하자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운명과 상황에 대비하여 그에 맞춰 가야 했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습니다. 이는 번째와 뜻이 통하는 얘기일 한데 난이 일어날 것을 얼핏 선조도 예측했을 텐데 그에 대한 대비는 하나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세습 군주정이던 조선은 무참하게 속어로 얘기하자면 아주 개박살 났습니다. 물론 찾아보면 선조도 잘한 일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굳이 제가 찾아보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선조의 극렬한 안티니까요.

 
징비록을 읽다 보니 특이하게 생각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마냥 문신이라고 생각했던 유성룡이 전란 속에서 뛰어난 군재(軍才)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그가 당시에 명나라 군대에 주장한 것들과 조선군에 명을 내린 것들은 전략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매우 가치가 높았으며 그가 얼마나 유능한 인재였나를 보여줍니다. 또한 전란 중에 그가 고안한 여러 가지 계책들과 아이디어들로도 그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줍니다.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산 정약용 선생만 있으신 아니었나 봅니다

 유셩룡은 1598 11월에 탄핵을 받아 관직에서 파면 당하는데 날은 성웅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날이라고 합니다. 전란 중에 가장 문신과 무신인 사람의 운명이 이렇게 궤를 같이 했다는 점도 특이하게 생각됩니다. 후환을 경계하라고 징비록을 썼음에도 결국에 패망한 조선을 보며 유성룡 대감은 저승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그것까진 없으나 아무튼 징비록을 통해 같은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여러 사람들이 경계를 해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