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맨 부커상의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1980년 5월 광주 항쟁에 대해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소설은 한강 작가의 매우 밀도 높은 취재를 통해 그 날 벌어졌던 일들을 재구성하여 쓰여져 있었습니다. 이제 고작 40년 정도 흐른 그 날의 일 들이 매우 선명하게 다가와서, 비록 그 날들을 겪었던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는 없으나 슬픔을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1980년에 덧없이 쓰러진 동호는 소설 속 여러 인물들에게 다양하게 각인되어 잊혀지지도 않고 수시로 그들의 기억 속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이제 이 소설을 읽은 우리들에게도 그 소년이 올 겁니다.
이 밑으로는 소설의 내용과 더불어 제 개인적으로 느낀 해석을 적을 예정으로 책을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나, 내용을 미리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바로 백스페이스를 누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소설은 총 6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각의 장에서 서로 다른 인물들의 얘기를 풀어나가며 떠나간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호는 친구 정대와 함께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행렬에 참가합니다. 그러다 정대의 옆구리에 총알이 박히는 것을 보고 광장에서 달아납니다. 친구를 챙기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동호는 시신이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습니다. 항쟁에 말려 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어머니와 작은 형의 호통에도 동호는 죄책감을 떨치지 못하고 도청에 남아 시위를 이어갑니다. 결국 중학교 3학년이던 동호는 군인들의 총알에 친구를 따라가게 되고, 그 날에서 살아남아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은숙, 김진수와 함께 수감되었던 형, 선주, 동호의 어머니의 얘기가 이어집니다. 그 날들을 겪은 사람들 중 김진수는 결국 아픔을 견디다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은숙은 남은 생의 전부를 장례식으로 보낼 겁니다. 그렇게 아픈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했던 선주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동호의 어머니와 그의 형들은 그리움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모두 그 때를 잊지 못하고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잊을 수도 없습니다. 그 들 곁으로 소년이 오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가 분단 된 이후로 지금까지의 현대사를 보자면 운동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1960년 김주열 열사의 죽음으로 도화 된 4월 혁명을 시작으로,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에 이어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망령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킨 2016년 촛불 시위까지 그릇된 것들에 대해 투쟁해 왔습니다. 민주주의 시민으로 항쟁을 통해 지금까지 국가를 만들어 온 현대사는 이 나라의 국민으로 자랑스러운 역사로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이면에는 무수히 쓰러져 간 많은 시민들의 피가 받침이 되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겁니다.
디스토피아 소설 계의 대표작을 꼽자면 두 소설 조지 오웰의 1984와 올더스 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닐 포스트먼은 두 소설에 대해 오웰이 책을 금지할 자들을 두려워했다면, 올더스 헉슬리는 아무도 책을 읽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책을 금지할 필요조차 없어질 것을 두려워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1984의 세계관이 북한과 밀접하다면 멋진 신세계는 일본과 비슷하다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 사이에 껴 있는 우리는 아마 KBS와 MBC의 사례를 보 듯 멋진 신세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정보의 홍수가 주는 자극에서 벗어나 가끔 씩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강 작가가 바란 것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1980년 5월을 잊지 말자고 얘기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